회사는 카톡과 엑셀,
'한 사람의 손'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1편에서 말했듯, 저는 이번엔 시스템 만드는 사람으로 이 회사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첫 출근에서 본 풍경에 — 솔직히 좀 기가 찼습니다. 이 회사는 카톡과 엑셀, 그리고 '한 사람의 손'으로 굴러가고 있었거든요.
시즌 1의 회사는 제가 10년을 다닌 곳이었어요. 그래서 문제가 뭔지, 일이 어떻게 도는지 손바닥 보듯 알았죠. CRM도 그래서 만들 수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은 정반대였어요. 저는 이 회사를 전혀 모르는 채로, 시스템을 만들러 새로 들어온 사람이었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도, 그 엑셀이 뭔지도 — 입사하고서 처음 봤어요.
제가 상상한 '회사 시스템'은 그럴듯한 무언가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본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먼저 그 엑셀. 제가 예전에 다루던 함수 가득한 엑셀이 아니라, 그냥 칸+칸-칸 수준의 덧셈·뺄셈에, 항목만 끝도 없이 많은 — 사실상 '칸이 엄청 많은 텍스트 문서'에 가까웠어요.
더 놀란 건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 [관리]라고 부르는 직원 한 명이 영업 5~10명을 담당해요.
- 영업들이 카톡으로 보내주는 내용을, 관리가 엑셀에 하나하나 수기로 옮겨 적습니다.
- 그 입력의 유일한 출발점이 '메신저'였어요. 카톡으로 와야 시작되고, 안 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실제 '매입'(차를 사들이는 일)이 어떻게 도는지 보면, 이 구조가 한눈에 들어와요.
영업이 바이어에게 차량 컨펌을 받으면, 그 내용을 카톡으로 관리에게 넘겨요. 관리는 그걸 엑셀에 옮겨 적고, 차를 파는 사람에게 입금한 뒤, 영업에게 다시 알려주죠. 그럼 영업이 그 차를 가져옵니다.
차 한 대가 움직이는 모든 단계가 카톡으로 오가고, 한 사람이 받아 적는 구조였어요.
이 모습을 보고 제가 놀란 건, 일을 못해서가 아니에요. 구조 자체가 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 카톡은 흘러가요. 바쁘면 묻히고, 위로 밀려요. 그러니 누락은 운이 아니라 시간문제였어요.
- 한 사람이 5~10명 몫을 다 받아 적으니, 오타·빠뜨림·중복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한 거였죠.
- 정산도 그 수기 숫자 위에서 맞추니, 애초에 "정확하다"고 믿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인적 오류가 얼마나 숨어 있을지 짐작조차 안 됐어요. 누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렇게 일하면 누구라도 실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거예요.
제가 한 일은 결국, 이 '카톡 + 엑셀 + 사람 손'을 시스템으로 옮기는 거였어요. 핵심은 세 가지였습니다.
이전 — 카톡 + 수기 엑셀
출발점이 흘러가는 메신저. 한 사람이 수기 입력. 같은 숫자를 손으로 여기저기 옮김. 누락·오류가 구조적.
이후 — 시스템
입력은 시스템 안에서. 단계가 빠지면 다음으로 못 넘어감(누락 차단). 한 번 넣은 값을 모든 화면이 공유.
- 출발점을 '카톡'에서 '시스템'으로 — 흘러가 묻히는 메신저 대신, 시스템에 단계별로 기록. 빠진 단계가 있으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게 해서 누락을 원천 차단.
- 같은 숫자는 한 번만 — 사람이 손으로 옮겨 적던 걸 없애고, 한 번 넣은 값을 필요한 화면이 전부 같이 보게(단일 출처). 옮겨 적다 틀릴 일이 사라져요.
- 정산은 규칙으로 자동 — 사람이 머리로 맞추던 정산을, 흐름으로 박았어요.
1편에서 말한 그 흐름이에요. 거래가 끝나면 1차 정산, 한 달쯤 뒤 말소비·탁송비 같은 실비가 확정되면 2차, 거기에 환차까지 반영해서, 남은 차액을 다음 달로 이월. 예전엔 이걸 사람이 일일이 다시 들춰 맞췄지만, 이제는 실비만 넣으면 차액·환차·이월이 알아서 따라옵니다.
카톡과 엑셀로 굴러가던 일을 시스템으로 옮길 때, 제가 실제로 짚었던 기준이에요.
🤝 AI는 만들 줄 알지만, '이 회사가 어떻게 도는지'는 몰랐다
핵심 한 줄 요약 — 카톡과 엑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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