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한 번 못 해본 CRM이,
내 인생을 바꿨다
시즌 1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그 CRM은 단 한 번도 회사에서 쓰이지 못했어요. 그런데 — 제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그 CRM을 만든 회사는, 제게 사실상 첫 직장이었습니다. 10년을 다녔어요. 그곳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땄고, 대학을 졸업했고,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발판이었죠.
예전에 회사에서 "우리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저는 "첫사랑 같다"고 답했어요. 첫 직장이고, 잘됐으면 좋겠고, 뭐든 처음은 잘하고 싶은 — 그 모든 마음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제가 그 CRM을 만든 건, 그 회사의 문제를 풀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 회사는 그때 위기였어요. 제가 다니는 동안 네 번의 구조조정이 있었고, 저는 그때마다 살아남아 10년을 채웠습니다.
회사가 어렵다는데, "이거 한번 도입해 보시죠", "이런 거 해봅시다" — 그런 걸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 CRM은 제안조차 해보지 못한 채 묻혔습니다.
시간이 지나, 한 회사가 IT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저는 이력서를 내면서, 그 묻혀 있던 CRM을 포트폴리오로 첨부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단순히 '결과물'만 담은 게 아니었습니다. 막힌 일이 주어졌을 때 내가 그걸 어떻게 풀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갔는지, 결과를 어떻게 가져왔는지 — 그 과정을 적었습니다.
합격한 뒤에, 지금 회사의 대표님이 나중에 해준 말이 있어요.
비개발자가 만든, 회사에선 쓰이지도 못한 그 CRM이 — 누군가에겐 "이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이유가 된 거예요. 학력도, 경력 줄도 아니고, 내가 만든 것 그 자체가요.
나중엔 이력서도 자세히 보셨다고 해요. 막힌 일을 어떻게 해결하고 풀어왔는지 적은 그 부분을 보고 "너무 좋았다"고요. 그러고는 다른 직원을 뽑을 때도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묻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돌아보면, 저는 그 CRM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 번도 쓰이지 못했지만, 그걸 만들어 본 경험과 도전이 지금의 저를 데려왔으니까요.
현장에서 그 거대한 엑셀을 만들 때부터 제가 늘 했던 생각이 있습니다.
그 믿음은 데이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어요. 내가 한 모든 개발과 도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장 쓰이지 못해도, 실패처럼 보여도 — 의미 없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묻힌 CRM이 결국 저를 새 회사로, 그리고 진짜 상용 시스템으로 데려간 것처럼요.
당장 빛을 못 본 프로젝트가 있나요? 버리지 마세요. 이렇게 하면 그게 당신의 문이 됩니다.
🤝 시즌 1을 닫으며
핵심 한 줄 요약 — 시즌 1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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