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에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던 그 이야기입니다. 엑셀 취합과 보고에 사람을 갈아 넣던 일을, 통째로 없앤 날의 기록이에요.
1 엑셀 보고의 굴레
현장의 하루는 이렇게 돌아갔습니다. 담당자들이 각자 엑셀에 그날 처리한 걸 적고 → 누군가 그 엑셀들을 하나로 합치고 → 관리자가 합쳐진 표를 받아 봅니다. 매일, 매주, 매월.
느리고, 틀리고, 무엇보다 그걸 만드는 데 사람의 시간이 통째로 들어갔습니다. "이번 주 현황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한마디면 누군가의 반나절이 사라졌죠.
그런데 — 저는 엑셀이라면 꽤 자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함수를요. 문법을 통째로 외우는 대신, 하나하나 '제 말'로 풀어서 이해했거든요.
// 함수를, 문법이 아니라 '내 말'로 풀어서 외웠다 IF — 특정 조건이 참인 값을 찾는 함수 IF(조건, 참일 때 나올 값, 거짓일 때 나올 값) → 만약 이 조건이 맞다면 이 값을 나오게하고 안맞으면 이 값을 나오게 해라 COUNTIF —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셀의 개수를 세는 함수 COUNTIF(범위, 조건) → 이 범위에서 이 값과 같은것의 셀의 수를 구해라 COUNTIFS —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셀 개수 세기 COUNTIFS(범위1, 조건1, 범위2, 조건2, ...) → 이 범위에서 메인인 이값과 저값 요값을 동시에 만족하는 셀의 개수를 구해라 SUMIF — 조건을 만족하는 값들의 합 구하기 SUMIF(조건범위, 조건, 합계를 구할 범위) → 이 범위에서 이 값과 일치하는 값의 합계를 구해라 SUMIFS —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값들의 합 구하기 SUMIFS(합계를 구할 범위, 조건범위1, 조건1, 조건범위2, 조건2, ...) → 이 합계범위를 구할건데 그 같은값의범위는 여기고 이값과 저값이 일치하는 합계를 구해라 VLOOKUP — 세로 방향으로 특정 값 찾기 VLOOKUP(찾을 값, 테이블 범위, 열 번호, [true(0) or false(1)]) → 이 값과 같은것을 이 범위에서 찾고, 같다면 몇번째 열의 값을 0(정확하게일치),1(사용안함) 가져와라 ──── 위에 꺼 외우면 아래꺼 할 예정 ──── SUMPRODUCT — 배열 간 연산 후 합산 SUMPRODUCT((배열1, 배열2, ...)) → 이건 위에꺼 다 하면 할꺼임
이렇게 내 말로 바꿔두면 어떤 함수도 안 어려웠어요. (재밌는 건 — 나중에 코드를 배울 때도 똑같이 했습니다. 문법을 외우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을 시키는 건지"를 한 문장으로 풀어서요.) 그렇게 엑셀을 갈고닦아 매달 굴리던 '통합보고서' 한 파일은 이랬습니다.
// 엑셀 한 파일에 욱여넣은 'AS/CS 업무 전체' 시트 29개 데이터 칸 약 130,000칸 수식 50,000개 이상 (COUNTIFS 하나만 3만 번) 시트끼리 참조 17,000번 이상 (시트가 서로 값을 끌어다 씀) 쓴 함수 28종 ────────────────────── 집계·조건 COUNTIFS SUMIFS COUNTIF SUMIF AVERAGEIFS AVERAGEIF SUMPRODUCT 논리 IF IFERROR ISBLANK 조회·순위 XLOOKUP VLOOKUP RANK 날짜 NETWORKDAYS TODAY DAY MONTH 텍스트 LEFT MID FIND TRIM 수학 SUM AVERAGE COUNTA INT ROUND ROUNDUP ROUNDDOWN
접수·회수·입고·수리·발송·금액·주차별 불량 현황까지 — AS/CS 업무 전부를 시트로 쪼개, 서로 엮어 돌렸습니다. 한마디로 엑셀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훗날 진짜 데이터베이스인 MySQL을 배우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 이건 엑셀이 감당할 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스템'이 할 일이었다는 걸요.)
엑셀을 이 정도까지 했다는 건, 머릿속엔 이미 '시스템'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걸 엑셀이라는 맞지 않는 그릇에 욱여넣고 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매달, 이 거대한 파일을 사람 손으로 살려내는 일 — 수식이 깨지지 않게, 시트끼리 어긋나지 않게 붙잡고 있는 것. 그게 제가 말하는 '엑셀 지옥'이었습니다.
2 진짜 문제 — 보고서는 만든 순간 이미 '과거'다
그런데 더 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엑셀 보고서는 '사진'입니다. 특정 시점의 데이터를 복사해 굳혀 놓은, 정지된 한 장면이요.
사진은 찍는 순간부터 낡기 시작합니다. 보고서를 다 만든 그 순간, 현실은 이미 또 바뀌어 있어요.
게다가 모두가 똑같은 표를 봤습니다. 영업 담당도, AS 기사도, 관리자도 같은 거대한 엑셀을 받아서 —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줄을 눈으로 찾아 헤맸죠. 남이 볼 필요 없는 정보까지 다 같이 보면서요.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내 일은 안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3 발상 — 데이터는 하나, 화면은 사람마다
그래서 뒤집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였어요.
- ① 데이터는 한 곳에 하나만 — 더 이상 각자 엑셀에 따로 적지 않습니다. 모두가 같은 시스템에 입력하니, 데이터의 '원본'은 언제나 하나.
- ② 화면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 같은 데이터를 두고, 로그인한 사람의 역할에 맞는 화면만 보여줍니다.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화면을 '열어서 보는' 거죠.
4 어떻게 — 같은 데이터, 역할로 갈라지는 화면
이 발상을 AI 팀과 함께 코드로 옮겼습니다. 로그인하면 시스템이 가장 먼저 보는 건 "이 사람이 누구인가(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 화면을 꾸려요.
//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두고, 누가 들어왔냐로 화면이 갈린다 로그인 → 역할 확인 → 영업 이면 → 내 거래처 · 미입금 건만 AS 이면 → 나에게 배당된 수리 건만 관리자 이면 → 전체 현황 · 실시간 지표(KPI)
여기에 더해, '대시보드'의 숫자들은 누가 정리해 둔 게 아닙니다. 화면을 열 때마다 시스템이 그 순간의 데이터를 즉석에서 세어서 보여줍니다.
이게 엑셀 보고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에요. 엑셀은 누군가 '만들어 굳힌 사진'이라 만드는 사람도, 전달도 필요합니다. 대시보드는
'지금'을 비추는 실시간 거울이라, 아무도 만들지 않고 아무도 전달하지 않아요. 그냥 열면 항상 최신입니다.
영업
오늘 받을 미입금, 내 거래처 진행 상황
관리자
전체 실적·정체 구간을 한눈에(실시간)
5 무엇이 달라졌나
- '보고서 만들기'가 사라졌다 — 누구도 취합하지 않습니다. 관리자는 받아보는 게 아니라 직접 열어 봅니다. 반나절이 0이 됐어요.
- 각자 자기 일만 본다 — 거대한 표를 뒤지지 않아도, 로그인하면 '내 할 일'이 떠 있습니다. 남의 영역은 보이지도 않고요(권한 분리).
- 항상 실시간 — 어제 사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관리자가 "지금 어때?" 하면 화면 한 번이면 끝.
- 누락이 사라진다 — 사람이 옮겨 적다 빠뜨릴 일이 없습니다. 원본 하나를 시스템이 그대로 세니까요.
6 이번 편의 산출물 — '이 엑셀 보고서, 시스템이 대신할 수 있나' 체크리스트
지금 매주 만드는 그 보고서, 없앨 수 있을지 이렇게 점검해 보세요. 대부분 "네"라면, 그건 대시보드로 바꿀 수 있는 보고서입니다.
☑ 엑셀 보고서 → 대시보드 전환 체크리스트
☐ 이 보고서는 결국 어딘가의 데이터를 모아 만든 것인가?
☐ 매번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취합하고 있는가?
☐ 받는 사람마다 보고 싶은 게 다른가? (→ 역할별 화면)
☐ '과거 한 시점'보다 '지금 상태'가 중요한가? (→ 실시간 대시보드)
☐ 누군가 이걸 만드느라 아까운 시간을 쓰고 있는가? (→ 그 시간을 0으로)
7 AI가 갈린 지점 / 사람이 결정한 지점
🤝 이번 편의 결정
AI(팀)가 권한 것: "대시보드 하나에 모든 지표를 다 모아 두세요. 그럼 만들기도 쉽고, 모두가 같은 화면을 보면 되니까요." — 편한 길이었습니다.
사람이 결정한 것: 저는 역할마다 화면을 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손은 더 가지만요. 모두에게 같은 화면을 주는 순간, 결국 엑셀의 그 '정보 과부하'를 다시 반복하는 거였거든요.
교훈: 좋은 화면은 '많이 보여주는 화면'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만 보여주는 화면'이었습니다. 엑셀을 없앤 진짜 힘은 자동화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봐야 하는가"를 갈라준 것에 있었어요. (다음 편 — 이렇게 만들면서 '개발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를 절감한 이야기.)
핵심 한 줄 요약
문제각자 엑셀 → 취합 → 보고. 느리고, 만든 순간 이미 과거
엑셀의 실체29시트·5만 수식·시트끼리 1.7만 참조 (사실상 DB)
핵심 통찰엑셀 보고서=찍는 순간 낡는 사진 / 대시보드=실시간 거울
해결데이터는 하나, 화면은 역할마다 + 열 때 즉석 집계
결과보고서 만들기 0 · 각자 자기 일 · 실시간 · 누락 0
사람의 판단편한 '공용 화면' 대신 수고로운 '역할별 화면'
다음 글5편 — 개발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첫 프로젝트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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