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잊어도,
시스템은 기억하게 만들기
CRM을 만들며 또 하나 거슬렸던 게 있습니다. 바로 '기록'이요. 누가 언제 무엇을 바꿨는지를 사람이 매번 손으로 적어야 한다는 것 — 이게 영 미덥지 않았습니다.
고객 건을 처리하다 보면 값이 계속 바뀝니다. 담당자가 바뀌고, 상태가 바뀌고, 금액이 수정되고. 그때마다 "언제, 누가, 뭘 바꿨는지"를 누군가 메모로 남겨야 했어요.
그런데 현장이 바쁘면 어떻게 될까요? 빼먹습니다. 적는 걸 잊고, 대충 적고, 나중엔 "이거 누가 이렇게 바꿨지?" 하고 아무도 모르게 됩니다. 기록이 가장 필요한 순간(분쟁이 생겼을 때)에, 정작 기록이 없는 거죠.
저는 현장에서 이걸 너무 많이 봤습니다. "기록 잘 남기세요"라는 말로는 절대 안 된다는 걸요. 그래서 '사람이 적는' 방식 자체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파 보니, 생각보다 한 꺼풀이 더 있었어요.
여기서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저장하면 원래 기록이 남는 거 아냐? 그게 기본 아냐?" 저도 막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보통의 저장은 그냥 '덮어쓰기'입니다. 담당자를 김OO에서 박OO로 바꿔 저장하면, 이제 화면엔 박OO만 남습니다. 예전 값 김OO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연필로 쓴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고 새로 쓴 것과 똑같습니다 — 지워진 글씨는 어디에도 없죠.
그러니 "누가 언제 김OO를 박OO로 바꿨나"를 남기고 싶다면 — 저장이 과거를 덮어버리기 '직전에', 그 과거를 따로 붙잡아 둬야 합니다. 바로 이 한 끗이 핵심이었어요.
그래서 — 저는 "저장하면 곧장 덮어쓰지 말고 이런 순서로 동작했으면" 하고 방향을 잡았고, 그걸 코드로 옮기는 건 AI 팀과 함께였어요. 시스템이 속으로 거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바로 이 1번 덕분에 '전 값'을 알 수 있는 겁니다 — 아직 DB에 안 덮인 옛날 값이 그대로 있을 때 미리 읽어두는 거죠. 그럼 아예 새로 만드는 건이라면요? 비교할 전 값이 없으니, 그냥 "신규 등록"으로 한 줄 남기면 됩니다.
그렇게 쌓인 이력이 이런 모습이에요. 사람이 한 일은 "담당자 바꾸고 저장" 한 번뿐인데요.
이게 바로 '변경 이력', 흔히 말하는 로그(log)예요. 지금 보이는 데이터(현재 값)와는 별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따로 차곡차곡 쌓아 두는 기록이죠.
- 누락이 사라진다 — 사람의 기억에 안 기대니, 기록이 100% 남습니다. (인트로에서 말한 '누락 0%'의 한 조각이 바로 이거예요.)
- 감시와 편의가 동시에 — 나중에 "누가 이렇게 했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정작 일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더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 책임이 분명해진다 — 분쟁이 생겨도 "언제 누가 무엇을" 기록이 말해 줍니다. 사람 기억끼리 다툴 일이 줄죠.
어떤 일을 사람한테 시키고, 어떤 일을 시스템이 알아서 하게 할까요? 저는 이렇게 갈랐습니다. 하나라도 "네"면 자동화 후보입니다.
🤝 이번 편의 결정
핵심 한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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