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박은 값들의 역습 —
연결고리, 요청의 홍수, 그리고 공통코드
1편에서 저는 "완벽한 구조 말고 최소부터"를 택했죠. 막상 첫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니, 코드 문법보다 훨씬 무서운 것들이 저를 가르쳤습니다.
CRM에서 접수 건은 여러 '상태'를 지나갑니다 — 접수, 처리중, 완료 같은 것들이요. 분류도, 단계도 마찬가지고요. 처음 만드는 저는 이걸 가장 빠른 방법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냥 코드 안에 직접 적어 넣었죠.
당장은 잘 돌아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찾아왔어요.
막상 만들어 보니, 어려운 건 문법이 아니었습니다. 두 가지가 저를 계속 무너뜨렸어요.
- ① 모든 게 얽혀 있었다 (연결고리) — 상태 하나, 분류 하나가 목록·드롭다운·색깔 표시·검증까지 여기저기 연결돼 있었습니다. 한 군데를 건드리면 엉뚱한 데가 터졌어요. "이게 왜 여기랑 연결돼 있지?"의 연속이었죠.
- ② 요청이 끝이 없었다 — 쓸 사람들에게 "뭐가 필요하세요?" 물으면 — "이런 거 있으면 좋겠어요!", "이것도 되나요?" — 끝없이 던졌습니다. 다 만들어 주려니 머리가 터졌고, 더 큰 문제는 어디까지 해주고 어디서 쳐내야 할지를 몰랐다는 거였습니다.
만들기 전에 "무엇을 만들고, 무엇은 안 만들지"를 정해두지 않으면, 쏟아지는 요청과 얽힌 연결고리에 끌려다니다 끝납니다. 코드를 잘 짜는 것보다, 무엇을 짤지 정하는 게 먼저였어요. 첫 프로젝트가 저에게 준 가장 비싼 수업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코드에 박아둔 값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나중에 "이건 쓰는 곳마다 다르게 부르고 싶다"는 걸 알게 돼도, 값이 코드에 박혀 있으니 제가 일일이 코드를 열어 고쳐야 했어요.
그래서 공통코드라는 테이블 하나를 뒀습니다. "이런 종류의 목록은 전부 여기서 관리한다"는 한 곳이요. (이런 구조를 떠올리고 방향을 잡는 건 제 몫이었지만, 실제로 코드로 옮기는 건 AI 팀과 함께였습니다.)
이제 화면의 모든 드롭다운은 이 한 테이블에서 값을 읽어옵니다. 흩어져 박혀 있던 값들이 한 곳으로 모이니, 그 지긋지긋하던 연결고리도 한결 단순해졌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데이터냐 코드냐" 같은 철학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한 건 이거예요.
왜냐고요? 그래야 관리자가 자기 회사에 맞는 항목으로 직접 채워 쓸 수 있으니까요. 어떤 회사는 상태를 접수 / 수리 / 완료로, 다른 회사는 상담 / 처리 / 종결로 — 코드(틀)는 그대로 두고 이름만 각자 맞추는 겁니다.
비개발자가 처음 시스템을 만들 때, 쏟아지는 요청 앞에서 길을 잃기 쉽습니다. 저는 이런 기준으로 "지금 할지 / 미룰지 / 쳐낼지"를 갈랐어요.
🤝 이번 편의 결정
핵심 한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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