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여섯으로 쪼개,
회의를 시켰다
이 시리즈에서 제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이거예요. 저는 코드를 잘 짜는 사람이 아니에요. 대신 AI를 '어떻게 부려서 결정을 내릴지'를 고민했어요. 그 방법이 — AI 한 명이 아니라, 여섯 역할로 쪼개서 회의를 시키는 거였습니다.
AI에게 "이렇게 만들까?" 하고 물으면, 대체로 친절하게 동의해줘요. "좋은 생각이에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처음엔 든든했는데, 곧 불안해졌어요.
돈과 개인정보가 오가는 시스템에서 이건 위험했어요. 누군가는 "보안은 괜찮아?", 누군가는 "이거 배포하다 터지면?", 누군가는 "기존 데이터 안 깨져?"를 따져야 하는데, 한 명은 그걸 한 번에 다 못 봐요. 사람도, AI도요.
안건이 생기면, 같은 AI를 여섯 개의 역할로 나눠 동시에 검토시켜요. 각자 자기 눈으로만 봅니다.
📋 기획(PO)
이걸 안 하면 누가 막히나? 지금 할 일인가?
⚙️ 엔지니어
어떻게 만드나? 얼마나 걸리고, 부작용은?
🧪 품질(QA)
뭐가 깨지나? 어떻게 검증하나?
🔒 보안
개인정보·권한·유출 위험은 없나?
🚀 운영(배포)
배포·백업·되돌리기는 안전한가?
🔧 전문가(가변)
이 안건의 핵심 한 영역 (회계·권한 등)
여섯 번째 '전문가' 자리는 안건마다 바뀌어요. 돈 문제면 '회계 감사', 권한 문제면 '권한 정책'… 그 안건에서 제일 깊게 봐야 할 시각을 하나 더 끼웁니다.
그냥 의견만 말하면 또 "다 좋아요"로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각 역할에게 네 가지 중 하나로 판정을 강제했어요.
-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금지 — 반드시 하나를 고르게.
- 일반론 금지 — "사용자 경험이 중요합니다" 같은 말 대신, 우리 상황에 붙은 구체적인 말만.
- 우려가 있으면 그냥 GO 말고 "조건부 GO + 조건" — 무엇이 충족돼야 하는지까지.
판정을 강제하니까, 비로소 역할마다 답이 갈리기 시작했어요. 그 '갈림'이 제가 보려던 거였죠.
제일 중요한 장치예요. 어떤 역할이 NO-GO(반대)를 하려면, 세 가지를 반드시 함께 내야 해요.
- (a) 막는 이유 — 무엇이, 왜 위험한가
- (b) 풀리는 조건 — 무엇이 갖춰지면 통과인가
- (c) 대안 하나 — 같은 문제를 다르게 푸는 방법
왜 이렇게 했냐면 — 아무 책임 없이 "안 돼요"만 하는 반대는 일을 멈추게만 하거든요. 반대할 거면 "이러면 풀린다 / 대신 이렇게 하자"까지 내라는 거예요. 그랬더니 NO-GO가 일을 막는 말이 아니라, 길을 여는 말이 됐어요. (실제로 앞 편들에서 본 '배포 직전에 막은 보안 사고'도, 한 역할의 책임 있는 NO-GO에서 나왔어요.)
여섯이 검토를 끝내면, 저는 그걸 세 덩어리로 정리해요.
- 합의된 것 — 다들 같은 의견인 부분 (그냥 진행)
- 갈린 것 — 역할마다 답이 다른 부분 (여기에 진짜 결정이 있음)
- 사람이 정해야 할 것 — 갈린 걸 옵션 A/B/C로 정리
그 마지막을 제가 결정해요. AI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요. 그리고 그 회의를 전부 기록으로 남겨요(날짜·안건·판정·결정 한 줄까지). 나중에 "그때 왜 이렇게 정했지?"를 검색해서 찾을 수 있게. 결정도 코드처럼 관리하는 거죠.
먼저 결과를 모으는 양식이에요. 회의가 끝나면 이 형태로 정리됩니다. (박스를 누르면 전체 선택돼요.)
그런데 — 이 한 장만 있다고 회의가 굴러가진 않아요. 솔직히 이건 '결과를 담는 그릇'일 뿐이에요. 실제로 돌리려면 네 가지가 더 필요했어요.
- ① 역할별 '지시서' — 각 역할이 무엇을 보고, 어떤 형식으로 답하고, 반대할 땐 뭘 내야 하는지를 적은 프롬프트. 위 표엔 한 줄로 줄였지만 실제론 역할마다 한 장씩이에요 (예: 보안은 "개인정보·권한·유출을 이렇게 점검하라 / NO-GO엔 (a)(b)(c) 필수 / 일반론 금지").
- ② 기준 문서 — AI가 근거로 읽을 "우리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문서. 이게 없으면 AI가 추측으로 답해요(앞 편에서 'AI가 없는 시스템을 있다고 믿은' 일이 그래서 생겼죠).
- ③ 동시에 돌릴 환경 — 여섯을 한꺼번에 굴리는 도구가 있으면 빠르지만, 없어도 돼요. 한 대화에서 역할을 하나씩 차례로 시켜도 같은 효과예요(가벼운 버전).
- ④ 진행·기록 — 사람의 손 — 여섯 답을 모아 합의/충돌로 정리하고, 결정하고, 회의록으로 남기는 일.
그러니 핵심은 '양식 한 장'이 아니라 이 구조 전체예요. 그래도 뼈대 셋만 기억하면 시작할 수 있어요. ① 역할을 나눠라 ② 반드시 판정하게 하라 ③ 반대엔 책임(대안)을 붙여라. 그리고 마지막 결정은 사람이.
🤝 이 편 자체가, 바로 그 이야기
핵심 한 줄 요약 — AI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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